저는 놀아도 AI는 일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더라도...
저는 놀아도 AI는 일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매주 쏟아지는 뉴스를 다 읽는 대신, 읽고 거르는 일을 시스템에 맡겨봤습니다. 대단한 기술은 아니지만, 그 뒤에 생긴 변화가 저에게는 꽤 컸습니다.
요즘 AI를 떠올리면 어디까지 가능할지에 대한 호기심과 동시에 뭔가 모를 두려움이 같이 옵니다. 가능성은 분명한데,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있습니다. 그 막연함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제가 계속 되뇌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놀아도 AI는 일하게 만들어 보자!”
그래서 이것저것 자동화해보고, 귀찮은 일은 시켜놓고 저는 검토만 하는 방식을 늘려가고 있는데요. 이 뉴스레터도 사실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먼저 약을 좀 치자면, 기술적으로 대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개발자분들이 보시면 주말에 만들 만한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 이야기로 첫 글을 여는 이유는, 앞으로 여기서 보내드릴 모든 내용이 여기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가장 귀찮았던 일에서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기술 전략 쪽 일을 할 때, 가장 귀찮았던 업무 중 하나가 업계 소식을 계속 추적하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일이었습니다. 안 하면 판단할 재료가 없고, 다 하자니 끝이 없는 일이었죠.
그런데 뉴스를 읽는 습관은 회사를 옮겨도 사라지지 않더군요. 뉴스를 보면 “그래서 이게 판단이나 가치를 바꿀만 한 것인가?”부터 따지게 됩니다. 문제는 여전히 물량이었습니다. AI 소식만 일주일에 수백 건씩 쏟아지는데, 큐레이션 뉴스레터도 여럿 구독해봤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남이 고른 뉴스는 결국 남의 우선순위라는 것을요. 제 기준으로 걸러진 재료가 필요했습니다.
깡통 맥미니에 파이프라인을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보안이 걱정돼서 놀고 있던 ‘깡통 노트북’으로 조심스럽게 시작했습니다. “오, 이거 되겠다” 싶어지자마자 맥미니를 주문했고, 한 달을 기다려 받은 뒤 아예 한 대를 이 용도로 세팅했습니다.
구조는 하이브리드입니다. 자동화 코드는 클로드(Claude)가 짜고, 반복적인 수집과 실행은 로컬에서 도는 Gemma가 맡습니다. 역할을 나눈 기준은 단순했습니다. 틀려도 싼 일은 로컬에서 무한정 돌리고, 틀리면 비싼 일에만 좋은 모델을 쓰자는 것이었죠. 밤사이 시스템이 뉴스를 모으고 1차로 거르면, 아침에 브리핑이 도착합니다.
몇 달 돌려보며 배운 건, 어려운 건 모델이 아니라 운영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파이프라인은 소리 없이 죽습니다. 그래서 시스템이 매일 자기 상태를 스스로 보고하게 만들었고, 실패한 작업은 기록을 남기도록 했습니다. 토큰이 생각보다 많이 나가서 “어디까지 되나 보자”는 오기와 요금 폭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실험을 이어가고도 있고요. 이런 시행착오들은 격주로 빌드로그(Buildlog)에 따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달라진 건 시스템이 아니라 판단(관점)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진짜 변화는 도구가 하나 생긴 게 아니었습니다. 판단의 재료를 제가 직접 소유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첫째, 필터 기준(컨택스트)이 저의 것이 되었습니다. 어떤 뉴스가 올라오고 무엇이 걸러지는지, 그 기준을 제가 정하고 제가 고칩니다. 남의 큐레이션을 소비할 때는 할 수 없던 일입니다.
둘째,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봤을까”에 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수집 기록과 판단 근거가 남아 있으니까요. 판단을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이건 사치가 아니라 인프라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혼자 쓰기엔 아까운 상태가 됐습니다. 어차피 매주 재료가 제 앞에 도착하니, 혼자 보던 것을 판단과 함께 내보내는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졌습니다. 이 뉴스레터가 시작된 이유입니다.
예전에는 특정 관점에서 검토하고 미래를 그리는 일을 주로 했다면, 요즘은 직접 사용자가 되어 만들어보고 실무에 적용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 재미의 부산물이 이 글입니다.
다음 부터는
다음 글부터는 이 파이프라인이 실제로 골라낸 그 주의 신호를 보내드립니다. 신호와 소음을 가르는 네 가지 질문과 함께, 매 판단마다 “이게 틀렸다면 무엇 때문일지”를 붙여서요. 반박할 조건이 없는 확신은 신호가 아니라 소음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뉴스레터는 무료이고, 투자 조언이나 컨설팅은 더더욱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를 남겨봅니다. 여러분은 매일 쏟아지는 정보 앞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읽을 것과 버릴 것을 나누고 계신가요?
글을 보시고 드는 생각이나 관점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